코로나19 팬데믹은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을 바꿔놓았고, 예술과 문화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미술 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으며, 갤러리 전시 중단, 아트페어 취소, 경매 축소 등으로 정체기를 맞았다. 그러나 동시에 온라인 플랫폼의 도입, 디지털 기술의 접목, NFT와 같은 새로운 유통 방식의 등장으로 미술시장은 빠르게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시대를 맞아 변화된 한국 미술 시장의 흐름과 구조,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보려고 한다.
온라인 전시와 디지털 갤러리의 확산
코로나19는 물리적 만남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면서, 오프라인 전시에 의존하던 미술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전통적인 화랑 전시나 아트페어가 중단되자 많은 갤러리와 미술관은 웹사이트와 SNS, 가상현실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전시에 집중하게 됐다. 대표적으로 아라리오 갤러리나 국제갤러리는 자사의 웹사이트에 3D 가상 전시 기능을 추가해 관람객이 집에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 갤러리는 단순히 작품을 이미지로 보는 수준을 넘어서, 작품의 재료, 배경 설명, 작가 인터뷰 등 다양한 콘텐츠를 결합해 몰입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비대면 관람 방식은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으며, 물리적 거리의 제약 없이 전국 또는 해외에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만들었다. 이는 결과적으로 갤러리 운영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고, 향후에도 온라인 전시는 오프라인 전시를 보완하는 형태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NFT와 블록체인 기반 미술 유통
코로나 시기를 기점으로 한국 미술 시장에 가장 큰 주목을 받은 변화 중 하나는 NFT(Non-Fungible Token)의 확산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NFT는 디지털 파일 형태의 예술작품에 고유성과 소유권을 부여할 수 있어, 기존 미술품 유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한국에서도 2021년 이후 NFT 아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삼성미술관 리움이나 국립현대미술관 등도 NFT 전시를 시도해 대중적인 관심을 유도했다. 작가들 또한 기존의 회화나 설치에서 벗어나, 영상, 3D, 모션그래픽 등 디지털 기반 작품을 NFT로 제작해 전 세계 시장에 소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신진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오픈씨(OpenSea), 클립 드롭스(Klip Drops) 같은 플랫폼에 작품을 올려 수익을 창출하거나, 전통 작가들이 자신의 과거 작품을 디지털화해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척하는 흐름이 활발하다. NFT는 단순히 유통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예술의 소비 방식, 가치 판단 기준, 그리고 아트 컬렉터 생태계 자체를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 되고 있다.
미술시장 구조 변화와 투자 방식의 진화
언택트 시대가 길어지면서 미술을 ‘소장’의 대상이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됐다. 특히 주식이나 부동산 외에 대체 투자처로 미술품이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한국 미술 시장의 구조 자체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전통적인 컬렉터 중심 시장에서 벗어나, 온라인 경매 플랫폼, 공동 소유 투자 플랫폼(아트앤가이드, 테사 등),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미술품 투자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미술품의 소액 투자와 실시간 거래를 가능하게 하며, 미술 시장의 접근성을 크게 넓히고 있다. 실제로 2022년부터는 2030 세대의 미술품 거래 참여 비율이 급증하고 있으며, MZ세대를 주요 타겟으로 한 아트페어나 팝업 전시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데이터 기반 큐레이션의 확대다. 이전에는 경험과 네트워크 중심이었던 작품 추천이, 최근에는 거래 이력, 조회수, 작가 이력 등 정량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천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미술 시장의 투명성과 확장성을 높이며,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미술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론
코로나19로 시작된 언택트 시대는 한국 미술 시장에 위기이자 기회였다. 온라인 전시와 NFT, 디지털 유통 플랫폼 등은 미술의 경계를 확장시켰고, 대중과의 접점을 늘리는 데 기여했다. 지금이야말로 예술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기술과 창의성의 융합 속에서 한국 미술의 미래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변화한 미술 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온라인 전시나 디지털 갤러리를 통해 직접 접해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