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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 설치작품 (집의기억, 투명구조, 감성예술)

by tatamama 2025.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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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도호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설치미술가로, ‘집’을 주제로 한 작품을 통해 개인과 사회, 공간과 기억, 이동성과 정체성의 관계를 시각화해왔다. 특히 섬유와 투명한 구조를 활용한 설치작품은 시각적 감동과 함께 감성적 서사를 전달한다. 이 글에서는 서도호의 대표 설치작품을 중심으로, 그의 작업이 담고 있는 집의 기억, 투명한 조형 구조, 그리고 감성 예술의 미학을 살펴보고자 한다.

 

집의 기억: 이동성과 정체성의 시각적 은유

서도호의 설치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주제는 ‘집’이라는 장소의 상징성이다. 그는 서울에서 자라, 뉴욕과 런던 등 다양한 도시에서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고, 이 과정에서 정체성의 이동성이라는 개인적 경험이 작품의 중심 서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대표작 〈집 속의 집(House Within House)〉, 〈홈(Home Within Home)〉 시리즈는 그러한 이동의 흔적과 정체성의 중첩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작품들은 실물 크기의 전통 한국 가옥을 천(fabric) 재료로 재현해 전시장에 설치한 것으로, 섬세하게 봉제된 구조물은 실제 거주 공간의 기억을 물리적으로 구현한다. 그 안을 거닐 수 있도록 만든 구조는 관람객이 기억의 내부로 들어가는 감각을 선사하며, 단순한 조형물이 아닌 감정적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러한 ‘집’의 재현은 단순한 향수나 전통의 미화가 아니라, ‘집’이라는 개념 자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려는 시도다. 서도호는 ‘집’을 몸의 확장, 정체성의 외피, 기억의 매개체로 바라보며, 개인적 서사와 집단적 경험 사이의 긴장을 담아낸다. 이로써 그의 작품은 관람객의 감정과 공명하며, 단순한 시각예술을 넘어 감각적 자서전으로 읽힌다.

 

투명구조: 공간을 재구성하는 조형 언어

서도호의 설치작품은 투명하고 가벼운 섬유 재료를 통해 공간의 무게를 재해석한다. 일반적으로 건축적 구조물은 무겁고 견고하며, 공간을 고정된 형태로 규정짓는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정반대로, 투명하고 부유하는 듯한 공간 구조를 제시하며, 우리가 사는 공간의 의미를 낯설게 만든다.
대표작 〈집 속의 집 속의 집〉 은 전통 한옥 구조를 반투명한 천으로 재현하면서, 그 안에 현대식 아파트 형태가 중첩되어 있는 구조다. 이는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가 한 공간 안에 겹쳐 있는 형태로, 시공간의 다층적 관계를 물질적으로 시각화한 것이다.
특히 서도호의 조형 언어는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그 안에 흐르는 기억, 정체성, 감정의 레이어를 투명하게 드러낸다. 천을 통한 공간의 묘사는 시각적으로 가볍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묵직하다. 이는 그의 설치미술이 물리적 공간의 재현을 넘어서, 보이지 않는 정체성의 구조를 시각화하는 작업임을 보여준다.
투명한 구조는 관람객의 이동을 유도하고, 그 안에서 관람객은 작품의 일부가 된다. 이 상호작용적 구조는 설치미술의 특성과 맞닿아 있으며, 관람자 중심의 미학을 완성시킨다. 서도호는 공간을 소유하거나 점유하지 않고, 기억의 레이어로 덧입혀진 장소로 만든다.

 

감성예술: 조형과 기억의 서사화

서도호의 작품은 강한 시각적 인상과 함께, 감정의 흐름을 촉진하는 감성예술로 작동한다. 특히 그의 설치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개인적 기억과 연결된 감정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이는 물성(materiality)과 내용(content), 구조와 서사가 유기적으로 통합된 결과다.
그는 조형적 실험을 통해 기억을 조각하고, 정체성을 형상화하며, 이주와 이동이라는 현대인의 보편적 경험을 섬세하게 풀어낸다. 서도호의 작품은 설명보다 체험을 통해 이해되는 구조이며, 관람객이 그 공간을 통과하는 순간, 각자의 기억과 감정이 작품과 내밀하게 교차하게 된다.
작품의 감성적 힘은 ‘집’이라는 보편적 키워드에서 기인한다. 누구나 집에 대한 감정이 있으며, 서도호는 이를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여 예술과 감정의 접점을 확대시킨다. 그의 설치미술은 감정과 예술, 기억과 공간이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서도호는 감각적으로는 부드럽고 투명한 작품을 통해, 개념적으로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의 감성예술은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관람객의 사유를 유도하며, 감정의 층위를 흔들어 놓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서도호를 ‘형태를 넘어, 기억을 조형하는 예술가’로 만드는 핵심이다.

 

결론: 서도호, 기억을 구조화하는 조형예술가

서도호의 설치미술은 집이라는 일상적 개념을 통해 정체성과 감정, 공간과 기억의 상호작용을 시각화한다. 투명한 구조, 섬유라는 비전통적 재료, 감성적 서사를 통해 그는 현대인의 내면을 건드리는 예술을 창조한다. 서도호는 단순한 형태가 아닌, 기억을 공간으로 조형하는 작가이며, 그의 작업은 세계 어디서나 보편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서도호 작품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에서 제네시스 전시 일환으로 열린 서도호 작가의 전시 ‘서도호: 집을 걷다(Walk the House)’에 나온 ‘Nest/s’(2024) ⓒ서도호, Tate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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